2026년 8월 29일

노예와 재상, 정반대 자리에서 같은 말을 한 두 사람

한 사람은 노예로 태어나 다리를 절었습니다. 다른 한 사람은 로마에서 손꼽히는 부자였고 황제의 스승이자 재상이었습니다. 에픽테토스와 세네카. 로마 제국에서 이보다 더 멀리 떨어진 자리도 찾기 어려울 겁니다. 그런데 두 사람이 남긴 문장을 나란히 놓아 보면, 이상하리만치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세네카 — 가진 사람이 시간을 아까워한 이유

세네카는 네로 황제의 가정교사였다가 훗날 그의 정치적 조언자가 된 인물입니다. 재산도 권력도 있었죠. 그래서인지 그의 글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주제는 돈이 아니라 시간 입니다. 이미 가진 사람이었기에, 살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더 선명하게 보였는지도 모릅니다.

모든 것은 남의 것이지만, 시간만은 우리 것이다.

돈은 한 푼도 나누지 않으면서, 시간은 아무에게나 내어 준다.

우리에게 시간이 적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많이 흘려보낸 것이다.

시간이 부족한 게 아니라 낭비한 것이라는 지적은 2천 년 전 로마에서나 지금이나 똑같이 뜨끔합니다. 그가 내린 결론도 단순합니다. 인생이 짧은 게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죠.

쓸 줄만 안다면 인생은 충분히 길다.

가장 큰 방해물은 기다림이다. 내일에 기대다가 오늘을 잃는다.

그리고 세네카에게는 걱정에 관한 유명한 관찰이 하나 있습니다. 불안이라는 감정의 정체를 이보다 짧게 말하기도 어려울 듯합니다.

우리를 짓누르는 일보다 겁주는 일이 많고, 현실보다 상상이 더 괴롭힌다.

에픽테토스 — 가진 게 없던 사람의 구분법

에픽테토스는 노예 신분으로 로마에 살다가 나중에야 자유를 얻어 학교를 열었습니다. 자기 몸의 자유조차 자기 것이 아니었던 사람이죠. 그의 철학이 "무엇이 내게 달린 일인가" 라는 질문에서 시작하는 건 우연이 아닐 겁니다.

우리에게 달린 것과 달리지 않은 것이 있다. 그것을 가르는 데서 시작하라.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다.

너를 모욕하는 것은 그 사람이 아니라, 모욕당했다는 네 생각이다.

바꿀 수 없는 것과 바꿀 수 있는 것을 갈라 두고, 후자에만 힘을 쓰라는 이야기. 오늘날 인지행동치료에서 하는 말과 거의 겹치는데, 정작 이 말을 한 사람은 아무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처지였습니다.

네게 달린 일에서만 겨루면 누구도 너를 이길 수 없다.

자신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 진짜 자유로운 사람이다.

노예였던 사람이 자유를 이렇게 정의했다는 게 이 문장의 무게를 만듭니다. 그리고 잃는 일에 대해서도 그는 특유의 표현을 남겼습니다.

잃었다고 말하지 말고, 돌려주었다고 말하라.

두 사람이 만나는 자리

가진 사람과 못 가진 사람이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세네카는 "가난한 사람은 적게 가진 자가 아니라 더 바라는 자"라고 했고, 에픽테토스는 "행복한 삶의 비결은 적은 것으로 만족하는 데 있다"고 했습니다. 한쪽은 넘치게 가져 보고 내린 결론이고, 다른 쪽은 없이 살아 보고 내린 결론이죠.

비슷한 대목이 하나 더 있습니다. 둘 다 인생을 연극에 비유했다는 것입니다.

인생은 연극과 같다. 길이가 아니라 얼마나 잘 연기했는지가 중요하다.

너는 배우다. 배역은 남이 정하고, 잘 해내는 것만이 네 몫이다.

배역은 고를 수 없다는 것. 재상으로 태어나든 노예로 태어나든 그건 정해져서 온다는 것. 다만 그 안에서 어떻게 하느냐는 남아 있다는 것. 처지가 극과 극이었던 두 사람이 굳이 같은 비유에 닿은 이유가 여기 있는 듯합니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마지막으로 두 사람은 철학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똑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읽고 아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죠.

철학은 말속이 아니라 행동 속에 있다.

철학을 떠들지 말고 살아 내라. 먹는 법을 말하지 말고 그렇게 먹어라.

좋은 문장을 아무리 많이 알아도 오늘 하루가 달라지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명심✦명언"에 담긴 3천여 개의 문장 중에도 이 두 사람의 말이 시간·평온· 회복력 카테고리마다 자주 등장합니다. 하루에 한 줄씩, 아는 문장이 아니라 살아 내는 문장으로 남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