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의 디오게네스는 가진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옷 한 벌, 지팡이, 그리고 물을 떠 마실 컵 하나. 어느 날 그는 두 손으로 물을 떠 마시는 아이를 보고 그 컵마저 버렸다고 합니다. 이때 그가 한 말이 "명심✦명언"에도 담겨 있습니다.
손으로 물을 떠 마시는 아이를 보고 컵을 버렸다. 검소함에서 내가 졌다.
더 가지려고 겨루는 사람은 많아도, 덜 가지는 일에서 졌다고 인정하는 사람은 드물죠. 단순함이라는 말이 요즘엔 정리 정돈이나 미니멀 인테리어 쪽으로 자주 쓰이지만, 원래는 이렇게 조금 더 독한 얘기였습니다.
디오게네스 — 필요를 줄이는 쪽으로
디오게네스에게는 더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찾아와 소원을 말해 보라고 했을 때, 그가 남긴 대답이죠.
햇빛을 가리지 말고 조금만 비켜 서 주게.
세상에서 가장 많은 것을 줄 수 있는 사람 앞에서 요구한 것이 "비켜 달라"였다는 것. 이 태도는 그의 스승 격이었던 소크라테스에게서도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아무것도 필요 없음이 신이다. 필요가 적을수록 신에 가깝다.
가진 것을 늘려 만족에 닿는 길과, 필요한 것을 줄여 만족에 닿는 길. 두 사람은 나란히 후자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만드는 사람들의 단순함
흥미로운 건, 무언가를 만들어 본 사람들이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는 점입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단순함은 궁극의 정교함이다.
단순함이 궁극의 미학이다.
단순한 것이 쉬운 것의 반대말이 아니라 정교함의 끝이라는 말입니다. 비행기를 몰던 작가 생텍쥐페리도 거의 같은 이야기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남겼습니다.
완벽함이란 더할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뺄 것이 없을 때 이루어진다.
완성이 더하기의 끝이 아니라 빼기의 끝에 있다는 것. 글이든 물건이든 계획이든, 무언가를 만들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경험해 봤을 감각일 겁니다. 17세기 스페인의 그라시안은 이 원리를 문장 자체에 적용했습니다.
좋은 것은 짧을수록 두 배로 좋다.
말수와 욕심을 줄인다는 것
동양 고전에도 같은 자리를 가리키는 문장이 있습니다. 다만 대상이 물건이 아니라 마음과 말이라는 점이 조금 다릅니다.
마음을 기르는 데는 욕심을 줄이는 것보다 나은 것이 없다.
굳세고 꿋꿋하고 수수하고 말수 적은 것이 어짊에 가깝다.
맹자는 마음을 기르는 방법으로 욕심 줄이기를 꼽았고, 공자는 어짊의 조건에 "말수 적음"을 넣었습니다. 로마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도 자신에게 같은 주문을 했죠.
적게 하라. 그러면 더 평온해진다.
말이 많아지지 말고 자신과 무관한 일에 얽혀 스스로를 망치지 말라.
삶의 원칙은 지극히 간결하면서도 모든 근본적인 것을 포괄해야 한다.
할 일을 줄이면 평온해진다는 말이 로마 황제의 일기에 적혀 있다는 게 재미있습니다. 가장 바쁜 자리에 있던 사람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했던 조언이었을 테니까요. 덴마크의 키에르케고르는 이것을 한 문장으로 정리했습니다.
마음의 순수함은 오직 하나만을 바라는 것이다.
이름 없이 전해지는 말들
"명심✦명언"에 담긴 3천여 개의 문장 중에는 지은이가 전해지지 않는 것도 많습니다. 단순함을 다룬 문장들도 그렇습니다. 그중 몇 개는 오히려 더 실용적입니다.
복잡하게 설명하는 것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설명이 길어질수록 본질에서 멀어진다.
선택지가 적을수록 결정은 쉬워진다.
비우는 연습이 채우는 연습보다 중요하다.
길게 설명하고 있다면 아직 모르는 것이라는 지적은 회의실에서도 그대로 통합니다. 선택지가 적을수록 결정이 쉬워진다는 말도 마찬가지고요.
단순한 것이 가장 어렵다
다만 이 주제에는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이름 없이 전해지는 문장 중에 그 함정을 정확히 짚은 것이 있습니다.
단순하게 사는 것이 가장 어려운 기술이다.
덜어내기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골라내는 일에 가깝습니다. 컵을 버리는 데도 결심이 필요했던 것처럼요. 오늘 하루 중에 뺄 것 하나만 찾아본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필요한 것만 남기는 용기가 삶을 가볍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