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19일

맹자의 첫째 즐거움 — 추석에 건네는 문장들

추석 인사말을 고르다 보면 다 비슷해집니다. 풍성한 한가위, 넉넉한 명절. 틀린 말은 아닌데 받는 사람 마음에 오래 남지는 않죠. 이번에는 2천3백 년 전 사람의 말을 빌려 보면 어떨까요.

맹자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 세 가지를 꼽은 적이 있습니다. 그 첫 번째가 이것입니다.

부모가 살아 계시고 형제가 무고한 것, 이것이 첫째 즐거움이다.

맹자

천하를 얻는 일은 들어 있지 않다

『맹자』 진심 상편에 나오는 대목입니다. 둘째 즐거움은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고 사람을 굽어보아 부끄럽지 않은 것, 셋째는 뛰어난 인재를 얻어 가르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러러 하늘에 부끄럽지 않고, 굽어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다.

맹자

맹자는 이 셋을 말하기 전과 뒤에 같은 말을 두 번 붙였습니다. 천하의 왕 노릇 하는 것은 여기 들지 않는다. 제후들을 찾아다니며 나라 다스리는 법을 말하던 사람이, 가장 큰 즐거움 목록에서 권력을 일부러 빼 버린 겁니다.

첫째 즐거움이 특이한 건 내가 애써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둘째와 셋째는 노력으로 닿을 수 있지만, 부모가 살아 계신 것과 형제가 탈 없이 지내는 것은 그저 확인할 수 있을 뿐이죠. 명절에 먼 길을 가서 하는 일도 결국은 이 확인입니다.

멀리서 오는 벗, 멀리 있는 사람

『논어』는 공자의 이 문장으로 문을 엽니다. 배우고 익히는 기쁨 바로 다음에 놓인 말입니다.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니 이 또한 즐겁지 않은가.

공자

명절이 되면 이 문장을 반대편에서 읽게 됩니다. 찾아오는 벗이 아니라 찾아가지 못하는 쪽이 되는 해도 있으니까요. 일 때문에, 거리 때문에, 혹은 바다 건너 살고 있어서.

그런 사람에게 맹자는 조금 다른 길을 알려 줍니다. 내 식구에게 쓰던 마음을 곁에 있는 사람에게로 넓히라는 것입니다.

내 어른을 섬기는 마음으로 남의 어른까지, 내 아이를 아끼는 마음으로 남의 아이까지.

맹자

고향에 가지 못하는 추석이라면, 가까이 사는 누군가의 어른에게 송편 한 접시를 건네는 것도 명절을 지내는 한 방법입니다.

첫째 즐거움이 남아 있지 않은 사람에게

모두에게 첫째 즐거움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닙니다. 빈자리가 가장 크게 느껴지는 날이 명절이기도 하죠. 로마 시대의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잃은 것을 두고 이렇게 말하라고 했습니다.

잃었다고 말하지 말고, 돌려주었다고 말하라.

에픽테토스

슬픔을 참으라는 뜻이 아닙니다. 함께한 시간을 빼앗긴 것이 아니라 한동안 맡아 두었던 것으로 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보면 남는 것은 원망보다 고마움 쪽입니다.

병이 있어 건강이 달고, 배고픔이 있어 배부름이 반갑다.

헤라클레이토스

인사말로 옮겨 쓴다면

위 문장들을 추석 인사에 그대로 옮겨 쓸 수 있게 몇 가지로 다듬어 보았습니다.

맹자는 부모가 살아 계신 것을 첫째 즐거움이라 했습니다. 올해도 그 즐거움을 누리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부모님께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니 즐겁지 않은가. 올해는 제가 가지 못하지만, 이 문장으로 대신 찾아갑니다.

멀리 사는 벗에게

이번 추석도 멀리서 인사드립니다. 모두 무고하시다는 소식이 제게는 가장 큰 명절 선물입니다.

바다 건너 가족에게

"명심✦명언"의 행복·감사·우정 주제에는 이런 문장들이 모여 있습니다. 명절 아침, 가족에게 보내는 안부 끝에 한 줄 붙여 보세요. 앱에서 문장을 카드로 만들어 바로 보낼 수 있습니다.